최근 일본과 동남아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K뷰티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한국 화장품 브랜드 제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2의 황금기를 맞은 K뷰티에 힘입어 OEM, ODM 등 화장품 제조 업체도 호황을 맞았다. OEM, ODM 업체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과거 K뷰티 열풍과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K뷰티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화장품 OEM OEM 업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 역시 알아주는 K-뷰티 : 한국 화장품 재열풍
K뷰티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화장품 관련 종목이 연일 강세를 보이며 많은 관심이 쏠린다. 최근 K뷰티의 열풍이 과거와 다른 점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인디 브랜드 기반이라는 것이다.
- 😭 잘 나가다 고꾸라진 K뷰티 : 요즘 K뷰티 업계에서 들리는 함박웃음은 거의 10년 만이다. 2014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업계는 2017년쯤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좀처럼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2017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이른바 ‘사드 보복’이 번진 게 직격탄이 되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점유율과 매력도는 갈수록 떨어졌고, 중국 의존도가 컸던 한국 화장품 업계는 실적 부진에 빠졌다. 2016년 4,038개였던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은 2020년 2,876개로 줄어들었다. 설상가상 코로나까지 겹치자, 2019년 47조 원을 넘겼던 화장품 온·오프라인 매출액은 2022년 상반기 기준 21조 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화장품 업계는 최악의 역성장을 감내해야 했다.
- ❤️🩹 봄날은 온다 : 하지만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23억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유튜브 같은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콘텐츠 속의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진 덕분이다. 과거에는 마스크팩, 스킨케어 등 기초 화장품이 K뷰티의 대명사로 꼽혔다면, 요즘엔 자외선차단제품, 립틴트 제품 등으로 제품군이 대폭 확대되었다.
- 🎉 인디브랜드, 이 정도야? : 특히 대기업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성과가 눈에 띈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사 마녀공장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10% 증가한 330억 원, 44억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롬앤, 누즈, 앤드바이롬앤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작년 매출(1,486억 원)과 영업이익(240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152% 증가했다. 작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는 일본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서 판매 개시 23분 만에 제품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 K뷰티 이끄는 인디 브랜드
K뷰티의 주도권은 대기업에서 인디 브랜드로 옮겨 갔다는 말이 나온다. 인디 브랜드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부르는 말로, 대규모의 투자 없이 독립적으로 설립된 경우가 많다. 기존 주류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생소하고, 오프라인보다 SNS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 ✈️ 수출 선봉장으로 우뚝 :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힘은 수출에서도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수출에서 수출액 1위를 달성한 품목이 바로 화장품이다.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한 15억 5천만 달러(약 2조 원)를 수출하며 전체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1분기 기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화장품 총수출에서도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6.4%P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7.4%로 전년 동기 대비 4.5%P 증가했다.
🌟OEM·ODM 업계가 뜨는 이유
국내 화장품 인디 브랜드의 호실적은 ODM, OEM 업체 같은 화장품 제조 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들 업계가 인디 브랜드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빠른 수주 확대뿐 아니라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 가는 중이다.
- 🙌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 OEM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주문자가 설계한 제품을 주문자의 요구대로 생산만 하는 제조업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화장품 브랜드가 특정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디자인했으나 제조 시설이 없는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업체를 찾아야 한다. 이 브랜드는 자사의 설계와 사양에 따라 제품 생산을 해줄 OEM사를 선택한다. 이후 생산된 최종 제품은 자사 브랜드의 상표로 시장에 출시된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OEM 계열사 에프엠지, 코스비전 등이 있다.
- 🪄 ODM(Original Development/Design Manufacturing) : ODM은 ‘제조사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제조 업체가 담당한다. ODM사와 함께라면 아이디어만 있더라도 화장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문자가 제품의 기획 및 컨셉을 전달하면 제조사가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제조 업체가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 및 디자인한 뒤 다른 브랜드에 제공해서 주문사의 브랜드 상표로 출시하는 방식이다.
👀 OEM·ODM의 장단점
OEM과 ODM은 주문자의 상표가 부착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제품 개발 단계에서 관여하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제품 개발까지 담당하는 ODM의 단가가 좀 더 높은 편이다. OEM사를 이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자사의 개성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지만, 제품 개발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ODM사를 이용하는 브랜드는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이고 제품의 빠른 시장 출시가 가능하지만, 제품의 독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 🏅 주요 기업들 : 현실에서는 한 업체가 OEM과 ODM을 동시에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선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가 3강 체제를 이룬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며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K뷰티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업체의 고객사 확보 및 수주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들 3사는 실적 고공행진의 배경으로 인디 브랜드 등 고객사 수주 증가를 꼽았다.
😎 트렌드로 보는 업계 전망 : 화장품 산업 동향
- 🤳 대세는 OBM : 최근 ODM사는 OBM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OBM은 Original Brand Manufacture의 줄임말로, 제조사가 OEM과 ODM을 포함해 브랜드 기획(브랜딩)과 마케팅까지 담당하는 방식이다. 화장품이 제조부터 판매까지 OBM에 맡기기만 하면 한 번에 해결되는 셈이다. 특히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ODM사는 SNS를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려는 1인 사업자를 겨냥해 브랜드 기획 지원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OBM 사업 부문을 확장하는 추세다. 코스맥스는 OBM 모델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유관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OBM 시장은 인플루언서의 화장품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으며 더욱 성장세를 떨칠 거란 전망을 받는다.
- 🌎 핵심은 수출국 다변화 : 2021년 53%였던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올해 1분기 26.6%로 확 줄었다. 중국 의존도가 낮아진 대신,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이 늘었다. 2021년 9.2%에 불과했던 미국 수출액 비중은 16.4%로 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전년 대비 올해 화장품 수출액이 북미 지역에서 12%, 유럽에서 12%, 중남미 지역에서 15%,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 미국 사로잡고 : 지난 3월 아마존에서 진행된 세일 행사에서 K뷰티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미국 시장은 과거 중국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없을 거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선케어 시장 점유율이 약 70%인 한국콜마는 까다롭다고 알려진 미국의 자외선 차단 제품 규제를 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을 쏟는다. 작년 3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열고 현지 고객사 맞춤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2. 일본 넘어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은 2022년 23.4%를 기록했다. 화장품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마저 처음으로 제쳤다. 일본 화장품 매장에는 따로 K뷰티관이 마련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코스맥스는 2021년 일본법인 ‘코스맥스재팬’을 설립했고, 내년엔 일본 도쿄 근교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도쿄에서 열린 뷰티 박람회에 참가했을 땐 3일간 620여 개의 고객사가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 내 인디 브랜드가 늘고 있는 추세에 힘입어 일본 로컬 브랜드를 공략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향후 아시아·태평양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3. 중동까지 : K뷰티는 실크로드도 가로지른다. KOTRA 중동본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화장품의 중동 수출액은 전년(1억 1,500만 달러) 대비 42.7% 증가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의 수출액은 2019년 1,700만 달러에서 작년 8,900만 달러로 5년 새 약 5배가 늘었다. 한국콜마는 할랄 화장품 인증이 필요한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생산 공장에 ‘할랄 보증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코스맥스는 중동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를 선택하고 R&D를 이어간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은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처음으로 무슬림협의회(MUI) 할랄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 🇨🇳 무시할 수 없는 중국 시장 :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은 업계 큰손으로 통한다. 작년 중국 화장품 산업의 시장 규모는 5,169억 위안(약 98조 6천억 원)으로 미국에 이어 2위였다.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젊은 층 소비자가 늘면서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를 받는다. 최근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해제 조짐을 보이는 것은 화장품 관련 업계에 더욱 호재다. 코스맥스의 중국법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지난달 열린 상하이 뷰티 박람회에 참가해 현지 맞춤형 메이크업 제품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제품 등을 선보였다. 코스메카코리아의 중국법인 ‘코스메카차이나’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매출 140억 원, 영업이익 5억 원)했고, 상하이 뷰티 박람회에서 중국 시장 전용 자외선 차단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 🦾 기술력을 잡아라! : 한편, 화장품 OEM·ODM 업계는 AI, 바이오 부문 등의 기술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첨단 기술 접목으로 화장품 제조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지난 2월 바이오 소재 개발 연구를 담당하는 코스맥스BF(Bio Foundry)를 출범하고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군) 연구, 친환경 천연 화장품 생산 등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화장품을 넘어 의료 기기, 생명공학 분야 같은 이종 산업과의 협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거나, AI를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 제조 등에 속도를 높인다. 코스메카코리아는 AI가 접목된 화장품 처방 검색 시스템을 개발해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화장품 처방 과정에서 과거 이력과 제조 과정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시스템으로, 고객사의 요구에 더 수월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 오늘의 핵심 요약
- K뷰티 재열풍이 불면서 OEM, ODM 등 화장품 제조 업계의 호실적도 이어진다.
- 특히 인디 화장품 브랜드 중심의 성장세에 제조 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는 ODM사의 영향력이 커진다.
- OBM으로의 확장, 수출국 다변화, 기술력 강화 등으로 추후 외연 성장이 기대된다.
K뷰티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가 OEM‧ODM 업계 중심의 화장품산업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뛰어난 화장품 제조 기술이 1인 화장품 기업과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을 뒷받침했고, 결국 K뷰티의 힘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장품책임판매업체는 2013년 3,884개에서 2022년 2만 8,015개로 대폭 늘어났다. 다방면으로 뻗어 나가는 사업 영역과 수출 확대로 앞으로도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업계에 긍정적인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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