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10년 장기 집권의 막을 내리다

일본 정부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엔화 가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두 번째 집권했던 2013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10년 장기 집권의 막을 드디어 내릴 것 같다.

‘아베노믹스’는 물가 상승률 2%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는 그동안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각) 엔화 강세 현상이 금융완화·초저금리 정책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교도통신 보도에 시장이 기대감을 보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개장 초 0.6% 떨어진 달러당 135.79엔까지 하락했으며,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오전 9시 현재 달러당 136.57엔을 나타냈다.


‘아베노믹스’ 기로에 서다

아베노믹스

최근 급속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고물가가 지속되자 정부가 정책 선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 취임해 대규모 금융완화를 끈질기게 밀어붙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드디어 물러나고, 그를 대신할 새 총재가 내년 4월 9일 임기를 시작하면 기시다 총리가 정책기조 변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 같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하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대규모 금융완화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엔저(엔화 가치 하락)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0일 32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고, 이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3.6% 올라 40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상식 수준을 벗어난 속도로 나가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가 이미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을 겪는 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일본에도 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일본 중앙은행(BOJ)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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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했던 일본은행(BOJ)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장기금리의 변동 폭을 높여 사실상 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달러-엔 환율과 증시가 2% 넘게 하락했다.

이날 BOJ는 장기금리를 ‘0~± 0.25% 정도’였던 변동 폭을 ‘± 0.5% 정도’로 변경키로 했다. 한편, 단기금리는 기존대로 -0.1%를 유지했다. 장기금리의 상한선이 0.5%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의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기 금리는 기존대로 마이너스 0.1을 유지하고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고자 지수 연동형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조치도 지속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을 완전히 긴축 방향으로 틀지는 않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시장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BOJ의 결정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장기금리 변동 폭을 확대하겠다는 발표 이후 엔화 가치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오후 2시 25분 기준 달러엔 환율은 전장 뉴욕 대비 2.2% 하락한 133.20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BOJ의 결정에 0.25%에서 0.43%로 상승했으며 닛케이225 지수는 오후 2시 20분 기준 26466.63을 기록하며 전장 대비 2.71%가 하락했다.

‘아베노믹스’ 10년 뒤 일본이 마주한 현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들은 위기 때 재정 지출을 늘리기 위해 필요 자금을 중앙은행의 통화 발행에 의존해 왔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면 가격이나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금을 올리는 방식에 비해 정치적 부담도 크게 낮기 때문에 이런 재정 확충 방식은 빠르게 확산됐고, 그 결과 각국의 정부 부채가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 정부 부채는 1992년 GDP의 55.9%에서 작년 말에는 266%로 급증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양적완화를 금기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부채가 결국 통화 정책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국채 금리가 1%p 상승하면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GDP의 약 2.66% 수준에 이른다. 반대로 금리를 안 올리면 엔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가 급등하게 된다. 공급 충격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형태로 물가 상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처한 이러한 경제 상황 때문에, 아베 전 총리 시절부터 그토록 원했던 2%대 물가 상승률과 엔화 약세를 이뤘음에도 웃을 수가 없다.

결국 일본 중앙은행은 재정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사실 그동안 일본은 올해 각국이 인플레 대응을 위해 금리를 앞다퉈 올리는 와중에도 제로 금리를 고수할 만큼 아베노믹스 사수에 ‘진심’이었다.

그 여파로 일본의 자금 유출이 심해질 거란 우려가 커지며 통상 100엔 정도에 머물렀던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의 사망과 더불어, 그와 손발을 맞췄던 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까지 곧 퇴진한다면 더이상 정책 지속 동력이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과연 아베노믹스의 10년 천하는 이대로 막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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