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스타트업 기업, ‘생존은 제1의 목표다’

최근 오늘식탁, 메쉬코리아, 왓챠 등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위기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잠시만 버티면 예전과 같은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 안심할 수 있었던 상황이 더 이상 아니다. 위기에 내몰린 스타트업 기업, 그 원인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벼랑 끝에 내몰린 스타트업

스타트업 기업 위기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수산물 유통 스타트업인 오늘식탁과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를 들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업 초창기에는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2021년까지 오늘식탁은 누적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고,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메쉬코리아의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2021년 회사 매출액이 3038억원까지 증가했고, 누적 투자 금액은 1762억원에 달해 물류 스타트업 최초의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두 회사 모두 위기를 맞이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자금난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미디어에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이슈는 비단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 풀린 자금은 회수되기 시작했고,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는 활동을 멈췄다. 추가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은 매달 불안에 떨면서 자금 조달 방법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실리콘밸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메타는 1만1000명 이상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시대의 위기, ‘시작에서 이유를 찾다’

스타트업 기업 위기

갑작스럽게 반전된 분위기에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관리자들은 모두 당황하고 있다.

금리 인상만으로 시장이 이렇게 급격히 얼어붙을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 숱하게 나오는 얘기지만 이런 위기의 배후엔 그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성장이 있었다. 더구나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증폭됐다.

그런데 사실 이번 유동성 확장의 시작은 모바일 시대의 시작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앱스토어 시장은 누구나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큰 비용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런 환경은 다수의 창업자를 만들어 내며 웹 버블의 종말 이후 움츠러든 모험 자본의 본격적인 활동을 끌어냈다.


투자자와 자본시장이 이끈 VC(Venture Captial) 호황 (aka. 버블시대)

새로운 시장 기회와 꾸준한 자본 유입은 창업자는 물론 다수의 투자자를 만들어 냈다.

유니콘이란 용어가 탄생한 배경에도 이런 투자자의 확대가 있었다. 자본을 투입하는 주체가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은행 같은 기관에서 벤처캐피털로 확대되면서 성공 사례는 계속 쌓여갔다.

사업 기회를 포착한 창업자가 증가해 투자자가 늘어난 것인지, 투자자가 늘어나 사업 기회를 실현하는 창업자가 증가한 것인지 순서를 따지긴 어렵지만 둘 사이에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

과거 웹 버블 시대에는 아마존과 구글처럼 결국 살아남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기업들이 있었다. 이를 학습한 투자자들은 고도 성장으로 두 기업처럼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만한 기업들을 발굴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다수 대중의 평가를 받기 전 일부 투자자들이 이러한 가능성만으로 투자한 기업들 중 소수가 유니콘이 됐다.

2014년 한국에서 탄생한 첫 번째 유니콘,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 사례가 증명하듯이 그동안 모험 자본은 스타트업 육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모두들 위험하다고 외치는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준 일등 공신이라 하겠다.

사실 쿠팡이 망할 거란 이야기는 매년 나왔다. 하지만 모험 자본가들은 ‘계획된 적자’라는 말로 쿠팡의 상황을 옹호했다. 이 말에는 회사가 현재 적자일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2022년 3분기 실적 기준, 흑자로 전환했다.

버블 시대에는 이러한 선도적인 기업들에 투자한 이들이 고수익을 실현했다. 전설적인 투자로 명성을 떨친 심사역과 투자사도 늘어났다. 성장하는 시장은 실력 있는 인재와 자금을 빨아들이고 투자액은 갈수록 불어났다.

이렇게 시장이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모험을 할 만한 기업들을 찾게 되자 투자 금액도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시장에는 리스크가 높은 딜이 돌아다니게 됐다. 큰 돈을 벌려면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성장(스케일업) 과정이 바뀌었다

스타트업 기업 위기

예전의 창업가들과 현재의 창업가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현재 큰 규모를 이루고 있던 기업도 대개는 작은 기업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소를 판 돈으로 사업 자금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시드머니를 가지고 성공적인 기업을 일군 셈이다. 그 시대에는 어느 누구도 정 회장을 믿고 선뜻 몇십억, 몇백억을 투자해주지 않았고, 창업자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사업 자금을 마련하고 묵묵히 한 단계씩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해야 했다.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건 한 건 한 건의 계약이지 외부 투자자의 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똑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오늘날 스타트업이 그리는 성장의 모습은 다르다. 당시에는 그 누구도 회사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돈은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스타트업에 대해 가르쳐주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등을 합쳐 약 2000여개 투자 기관이 존재하며 유튜브에 스타트업이란 단어만 검색해도 성장 및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한 강의가 쏟아진다. 스타트업 창업가로서는 성공하고 규모를 키우려면 투자를 받는 게 유일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이에 따라 현재의 창업가들은 더 많은 리스크를 지고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치 혁신이 ‘빠르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착시에 빠진 것이다.

환경이 좋아진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는 경쟁자가 많고, 이런 경쟁자를 제치려면 당연히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제 시행착오를 통해 차근차근 기업을 키워가는 전략은 더 이상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류가 아니게 됐다.

투자 없이 기업을 키우는 전략을 지칭하는 ‘부트스트래핑(Bootstraping)’이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런 용어가 별도로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세로 통용되는 전략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투자를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

대다수가 선택하는 투자를 통한 성장 방식은 부트스트래핑 방식과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익이 나기 전까지 혹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차분히 보관하면서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더 크고 빠른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집행할 것을 주문한다. 때문에 생겨난 또 다른 용어가 바로 ‘버닝(burning)’이다. 성장 과정에서 매달 기업 손실이 누적되고, 이 손실로 인해 투자금이 타 버리기 때문에 쓰이는 용어다.

둘째, 계속 투자를 받아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받았다 해도 1년에서 1.5년이 지나면 또다시 돈은 마케팅비나 인건비 등으로 ‘타 버려’ 없어진다.

그동안에는 후속 투자가 무리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구조에 문제가 없었다. 적자로 인해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가 엉망이 되도 서비스 지표(index)는 성장했고, 이 지표 자체가 투자 근거가 됐다.

시리즈 A, B, C, D, 브리지란 용어도 이런 투자가 연쇄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순서를 나누기 위해 생긴 구분인 것이다.

셋째, 지표가 중심이 된다.

미래에 큰 이익을 볼 것이 예상된다면 지금의 이익보다는 사업의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더 중요해졌다.

성장, 그것도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이 일을 해야하고, 더 많은 일을 하려면 당연히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익이 날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 대신 다음 투자 단계에는 더 나은 거래액(GMV), 매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 지표로 사업의 밝은 미래를 설명하면 문제 없었다.

넷째, 기업 가치를 높여야만 한다.

계속 투자를 유치하다 보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초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외부의 제3자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게 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필사적으로 투자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최대한 좋은 지표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기업 가치를 큰 폭으로 높여야 한다.

이렇게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고 지표를 개선해 수조 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바로 유니콘이다.

그리고 이 전략이 성공하면 유니콘이 되는 과정에서 회사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J커브’를 그리는 것도 가능해 진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
스타트업 J 커브는 미국의 하워드 러브(Howard Love)가 'The Start ‑ Up J Curve'의 책에 등장한 개념이다. 

스타트업 J 커브는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회사 매각이나 IPO, 합병 등까지 스타트업의 생애를 총 6단계로 나누어보았을 때의 상승 하락세를 나타낸 곡선이다. 

곡선으로 상승 하락세를 나타냈을 때, 그 모양이 J와 같아서 J 커브라고 불리며, 1번째 단계부터 4번째 단계까지를 스타트업의 암흑기로 보아, '데스벨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J커브’ 전략이 이제는 독이 되었다

매년 20∼30% 정도 성장하는 매출로는 절대 J커브가 그려지지 않는다. 20∼30%의 성장률은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기존 기업들의 평균 지표일 뿐이다.

버블 이전의 물가 상승률이 5% 이하임을 감안할 때 20% 수준도 상당히 고성장이지만 J커브를 그리기 위해서는 매년 10배에서 20배, 혹은 심지어 50배에서 100배에 가까운 성장을 그려야 한다.

최근 10∼20년 내에 이런 J커브 성장을 보인 기업들로는 아마존과 구글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각각 커머스와 검색 분야에서 독점을 이룬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독점을 통해 압도적인 성장을 만들어 내야만 J커브가 가능하지 일반적인 성장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스타트업들이 J커브를 그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구글이나 아마존을 똑같은 카테고리에서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카테고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제품 한두 개를 팔기보다는 다수의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리고 플랫폼 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거래를 원활히 뒷받침하려면 다수의 개발자가 필요하고,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더라도 버틸 만한 체력도 있어야 되기 때문에 거액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J커브 성장을 위한 구조만 완성되면 끝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고, 남은 자금이 1년 내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스타트업은 모든 비용을 마케팅에 퍼붓고 공격적으로 인력을 모집힌다.

어차피 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나중에 IPO까지 하게 되면 기업 가치는 더욱 커질 테니 대표자 지분율이 작아져도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금리를 올려버렸다.

단순히 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빌리는 돈의 이자는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고 차입금이 많은 편도 아니다. 어차피 스타트업에 투자해주는 기관 대부분 보증을 통해 해준 곳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금리 : 돈의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축소되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 졌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J커브 성장 전략은 생각지 못한 위험을 드러내고 만다. 바로 지독하게 높은 고정비다. 회사의 고정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매출원가도 없고 제조비도 없지만 플랫폼을 유지 보수하고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데 직원들의 인건비가 든다.

제조업에서는 재고를 싸게 팔고 매출원가가 높은 항목들을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에서는 인건비 절감이 상당히 어렵다. 이미 커져 버린 구조에서 개발팀을 없애면 유지 보수를 하고 신규 서비스를 만들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기존 투자사들은 모두 빨리 투자금을 쓰라고 독촉했고 공격적으로 마케팅비를 써서 지표를 만들고 거래액을 높이라고 주문해 왔다. 그런데 이제 추가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와 다시 이들을 만나러 갔는데 돌아오는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손익분기점은 언제, 어떻게 도달하는 건가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정신이 멍할 수밖에 없다. 지표가 잘 나왔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어도 이제는 모두가 손익분기점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오로지 성장에만 신경 쓰라고 했던 이들이 원망스러워도 항의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미국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자본시장에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규는 물론이고 기존 투자자들까지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급격하게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경영하는 방법과 방향이 달라져야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 중 이런 상황을 맞이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자금 조달이 쉬운 시대에 팀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워왔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익분기점은 언제 도달할 수 있는지 모른다.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스타트업 위기 해법, ‘생존’이 최우선 가치

스타트업 기업 위기 생존

이런 상황이 절대 일시적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각 기업이 처한 환경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기업이 비즈니스 사이클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 버블 시대에도 많은 기업이 똑같이 생겨났고, 이들은 지금보다 더 느슨한 기준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아무런 규제 없는 환경에서 다양한 모럴해저드가 생겨났다. 웹 버블로 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당시 창업가들은 모든 기업의 성장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마 올해 자본시장 변화를 체감하면서 창업가들도 사이클의 중요성이 뭔지 비로소 알게 됐을 것이다. 언제나 투자를 받을 수 있고,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교훈이 뼈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체질을 ‘성장을 위한 사업’에서 ‘생존을 위한 사업’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는 기업 목적이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의 환경에서 모두가 혁신을 외쳤던 까닭은 혁신이 곧 높은 투자자 수익률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나 토스의 초기 투자자들은 시장을 혁신한 기업에 투자한 대가로 고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만으로는 안 된다. 혁신 기업이 투자자에 수익을 안겨주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도, 지표도 회사가 무너지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먼저 회사의 재무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는 매출과 거래액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비용을 점검해 볼 때이다. 회사의 고정비와 변동비는 얼마이고, 기성 기업과 비교해 어떤지도 봐야 한다.

스타트업의 비용 구조를 뜯어보면 엄청난 비효율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건비에서 다수의 중복 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경영자가 자기 회사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 내부인이든, 그동안 자문을 받아온 기관이든, 기장을 대리하는 회계사든 관계없이 회사 비용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현재 사업을 유지하면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

변동비의 경우 회사 매출에 연동된 비용이기 때문에 대개 줄이기가 어렵다. 단위당 물류비나 매출원가율 등은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 특히 작은 기업들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 구조가 좋을 수가 없다.

결국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고정비다. 특히 과도하게 투자된 인건비는 정리 1순위다. 메타나 아마존이 각 1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을 괜히 줄이는 게 아닌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언제나 비효율적 부문을 잘라내기 위해 인원 배치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부문에 얼마만큼 인원이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필요하지 않은 인원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인원이 없는데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면 그 사업은 접는 게 맞다. 지금 접지 않으면 언젠가 강제로 접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적정 인원을 파악하는 기준은 좀 더 엄격해야 한다. 이보다 인원이 줄어들면 절대적으로 서비스 혹은 회사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 이 마지노선이 적정 규모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인건비뿐만 아니라 사무실 임대비, 복리후생비 등 생존 자체에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비용을 줄여야 한다.

비용을 줄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외형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100명 이상 근무하던 기업의 인원이 반 토막 나고, 회사의 규모가 작아지고, 사업 분야가 축소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잠시만 버티면 예전과 같은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비용 절감과 구조 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위기가 지나간 뒤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비로소 생존한 상태로 말이다


이런 변화 앞에서 많은 기업은 좌절하곤 한다.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화기애애하고 밝았던 분위기도 얼어붙고 팀원들도 많이 사라질지 모른다. 투자 유치가 확정된 날 비싼 식당에서 다 같이 회식하던 분위기도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비즈니스 사이클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버블 시대를 겪으면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창업가들은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맞이했다.

일부는 활황기에 엑시트(exit)해 자금을 회수했고, 일부는 다른 기회로 또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몇 년이 지나야 다시 성장의 시대가 올지 답을 알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암흑기가 짧게 지나갈 수도 있고, 인터넷 버블처럼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사이클은 다시 올 것이고, 지금 살아남는 기업에만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크고 빠르게 J커브를 그릴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성장의 시대는 또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