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의 수익률이 2008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수익을 올린 펀드가 있다. 바로 헤지펀드 시타델. 시타델이 다른 헤지펀드들을 제치고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린 비결은 무엇일까? 시타델의 탄생, 비즈니스 구조, 역사상 최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과 최근 관련 이슈까지 자세히 정리해보았다.
💰 시타델은 어떤 기업? (feat. 포트폴리오)
1990년, 당시 21살이었던 켄 그리핀은 시타델을 창립했다.
시타델의 첫 투자는 전환사채를 활용한 무위험차익거래였는데, 저평가된 전환사채를 매수하고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해 아무런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시타델이 구사한 전략과 같이 시장에 대한 노출을 줄이면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헤지펀드’라고 부른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달리 레버리지와 공매도 등 수익 확대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전환사채 : Convertible bond. 사채로 발행됐지만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의미한다. 사채와 주식 중간 형태의 채권이다. 💡 무위험차익거래 : Arbitrage. 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시장에서 가격이 다를 때 이를 매매해 차익을 얻는 방법을 의미한다. 💡 인덱스펀드 : 특정 지수(예: KOSPI 200)의 수익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펀드. 💡 레버리지 : 자금을 차입해 투자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손실폭이 커질 위험도 있다. 💡 공매도 : 주식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빌려서 매도한 후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매입해 주식을 갚고 차익을 취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시타델의 자산운용규모(AUM : Asset Under Management)는 약 530억 달러(65조 1,635억 원)에 달한다.
※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 기업인 브릿지워터는 1,264억 달러(155조 3,456억 원) 규모다.
자산운용업 특성상 AUM은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데, 펀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운용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수익률을 내더라도 자산규모가 클수록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시타델은 2021년 AUM과 비교했을 때 1년 만에 40.8% 성장하며 헤지펀드 업계에서 두 번째(YoY기준)로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했다. 하락세를 보인 미 증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증권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억 달러 이상인 기관은 분기마다 45일 내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에 보유 지분 현황 보고서(13F Filing)를 제출해야 한다. 대형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같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 기관은 모두 보유 지분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2022년 11월 14일에 제출된 3분기 13F Filing에 따르면, 시타델의 보유 종목 수는 12,481개이며, 포트폴리오의 시장 가치는 4,387억 5,484만 달러(약 540조 원)다.
시장 가치 기준 상위 5개 종목은 SPDR S&P 500 ETF 풋옵션, SPDR S&P 500 ETF 콜옵션, INVESCO QQQ 콜옵션, TESLA INC 콜옵션, INVESCO QQQ 풋옵션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5.7%를 차지하고 있는데, 자산 가격 상승에 의존하기보다는 가격 변동성에 주력해 수익 창출을 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타델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종목에 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한 것(행사가격은 같다고 가정).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콜옵션 비중을,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풋옵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두 포지션을 동시에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도, 내려도 수익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변동폭이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처럼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가정하에 방향에 상관없이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면 수익을 내는 옵션전략을 Long Straddle(양매수)라고 한다.
변동성에 주력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인데, 두 방향의 옵션을 모두 옵션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매수해야 하므로 주가가 많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 SPDR S&P ETF : Standard&Poor's Depository Receipts. S&P 500을 1배로 추종하는 ETF. 1993년에 최초로 상장한 ETF이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463조 9,911억 원)이 가장 큰 ETF다. 💡 INVESCO QQQ :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 중 금융주를 제외한 상위 100개 종목을 1배로 추종하는 ETF. 미국의 자산운용사 INVESCO가 만들었다. 💡 콜옵션 & 풋옵션 : 콜옵션이란 한 마디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반대로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TESLA INC 콜옵션 매수자는 옵션 계약 만기일에 행사 가격(권리를 행사할 때 적용되는 가격)보다 테슬라 보통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매수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섹터별 보유 비중은 금융, 기술, 소비순환재, 헬스케어, 산업재 순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대표 보유 주식으로는 JP 모건, 버크셔 헤서웨이(금융),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기술), 아마존, 테슬라, 나이키(소비순환재), 존슨 앤 존슨, 화이자(헬스케어), 보잉, 3M, GE(산업재)가 있다.
💸 헤지 펀드란?
헤지 펀드의 등장 배경, 비즈니스 구조, 대표적 헤지 펀드, 관련 이슈에 대해 알아본다.
헤지 펀드의 초창기 개념은 Risk Hedged Fund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위험회피, 위험분산을 추구한 투자 집합인데, 기존 뮤추얼펀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공매도, 신용매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뮤추얼펀드 : 유가증권을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회사. 주식 발행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 형성한 투자자금을 전문운용회사가 운영하도록 맡기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의 형태로 배분하는 구조다.
헤지 펀드의 탄생
- 세계 최초의 헤지 펀드는 1949년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학과 교수 알프레드 윈슬로 존스가 설립했다. 펀드 이름은 A.W. Jones & CO. SEC 제한 규정을 피하고자 파트너십 형태로 설립됐다.
- 존스는 주식시장에 추세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시장이 갑작스레 변동해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고찰했는데, 그 결과가 롱숏전략(Long-short strategy) 이었다.
-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주식은 매수(롱)하고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숏)하는 것. 신용매수, 즉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금융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리는 방법이 가능했기에 이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 롱숏전략은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고 동종업종의 다른 주식을 공매도해 업종과 관련된 시장위험을 제거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위험은 줄이면서 나름의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존스의 펀드가 헤지펀드(Hedged Fund)로 불리게 된 이유라 하겠다.
- 1949년부터 1968년까지 20년 동안 누적수익률은 5,000%에 육박했다. 호황기엔 시장보다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급격한 침체기에는 수익률을 방어하는 롱숏 전략의 진가를 발휘한 것.
- 1960년대 말 존스의 방법론을 모방한 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헤지 펀드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15,000여 개의 헤지펀드가 존재하고 4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관리되고 있다.
오늘날 헤지 펀드
- 현대의 헤지 펀드는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활동하는 사모펀드 형태가 일반적이다.
-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공모펀드와 반대 형태인 것. 절대적인 수익과 위험회피. 어떻게 보면 양립할 수 없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방법을 이용해왔다. 헤지펀드의 역사가 곧 투자기법 혁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 대표적 투자전략으로는 대체 투자, 매크로 전략, 레버리지 전략을 꼽을 수 있으며, 롱숏전략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 대체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부동산, 원자재, 선박 등)에 투자하는 것이며, 매크로 전략은 거시경제 변화의 예측을 토대로 채권과 외환 및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 한국에는 행동주의 헤지 펀드로 알려준 외국계 펀드 엘리엇이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반대하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격하면서 주목받았다. 같은 헤지펀드지만 매크로 헤지펀드로 분류되는 시타델과는 경영방식이 다르다.
💡 행동주의 헤지펀드 :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
🕹️ 게임스톱과 공매도 사태
- 로빈후드라 불리는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 펀드의 공매도 투자를 비난하며 2021년 1월 20일 오프라인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의 주식 매수를 결의한 사건
- 주가가 134.84% 급등하면서 큰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포기하기도 했는데,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개인 투자자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 헤지 펀드 시타델 투자수익의 비결
LCH인베스트먼트의 집계에 따르면, 시타델은 작년에만 160억 달러(약 20조 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실적 상위 20개 헤지 펀드의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이 224억 달러라는 점에서 시타델이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시타델의 ’22년 성적은 2007년 존 폴슨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베팅해 156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던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강행하며 주식, 채권시장 모두 약세장이 지속된 와중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 작년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9%, 33% 급락했다.
상위 20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 나머지 펀드는 8.2%의 평균 손실률을 기록했다. 대다수의 헤지펀드는 큰 하락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2,08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 하지만, 시타델의 대표 펀드인 웰링턴 헤지펀드는 38.1%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1) 매크로 전략의 승리
- 코로나19 재유행,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등 증시를 둘러싼 각종 변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시타델이 독보적 수익을 올릴 수 있던 비결은 매크로 전략, 대체 투자다.
- 켄 그리핀이 지속적인 물가 상승, 통화당국의 후행적인 정책 대응, 긴축적 정책 기조 강화 등의 거시 금융환경을 정확히 예상하고 이에 맞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 실제로, 2022년엔 거시경제 흐름을 예측해 투자를 진행한 매크로 헤지펀드의 성과가 특히 빛났다. HFR(헤지펀드리서치)이 500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크로 헤지펀드는 평균 9.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 시타델 외에도 상위 20개 헤지펀드 중에선 D.E. SHAW가 24.7%, Millennium이 12.4%로 눈에 띈다.
2) 대체 데이터의 활용
- 투자 및 자산운용에 보편적으로 사용해오던 경제지표가 아닌 대체 데이터(Alternative da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체 투자를 진행한 것도 성공의 비결이다.
- 예를 들어 위성 이미지를 사용한 위치 정보, 곡물 수확량, 선박의 오일 저장량 등을 데이터화해 원자재 시세를 전망하는 데 활용한 것.
- 시타델은 기후 관련 빅데이터를 원자재 선물의 가격 변동 예측에 활용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속으로 기후변화가 한층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에 착안해 기상학 박사가 이끄는 팀을 따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 이런 흐름은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 글로벌 자산관리시장 트렌드 조사 보고와도 일치한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 투자가 월스트리트 투자자 사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전략으로 떠올랐다.
👍 지금까지 글로벌 헤지펀드 시타델에 대해 알아봤다.
주식, 채권이 모두 약세장을 보일 때도 시타델만의 특화 전략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기념비 적인 성과라 하겠다.
올해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타델이 어떤 전략으로 또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